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삶의 여백 그리고 업무의 여백.. 슬랙(Slack)

슬랙(Slack) 이란 책을 몇 달전에 사서 오늘 출근 길 전철 안에서 거의 한 달 만에 다 읽게 되었습니다. 슬랙이란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몇 달 전 소셜 네트워크의 지인 분들 중 한 분께서 IT 업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라면 한 번 읽어두면 좋을 것이라는 추천의 글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책을 처음 구입 할 당시만 하더라도 슬랙(Slack)이라는 단어의 의미라던가 그리고 이 책의 주제와 방향이 무언지에 대한 고민이나 호기심도 없이 덜컥 주문부터 했었습니다. 주문 할 당시의 생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IT 업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로서의 자기 계발 등과 관련된 서적이라고 생각을 했었지요.

우선 슬랙이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생각 해본다면 형용사로 "느슨한" 그리고 부사로 "느슨하게, 헐겁게" 마지막으로 명사로서 "느슨함"을 의미합니다. 즉 쉽게 설명하면 줄이 팽팽한 것이 아니라 느슨하게 늘어뜨려져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저자 톰 드마르코(Tom DeMarco)는 20년이 넘는 경력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개발과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 컨설팅 업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의외로 10년 전 즈음에 쓰여진 책이지만 한국에는 2년 전인 2010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책을 3분의 1 정도 읽고 난 저의 느낌은 처음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책의 독자층도 저와 같은 실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가 읽기 보다는 IT 기업에서 중간 관리자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슬랙이라는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IT 기업에서 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들과 같은 지식 노동자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경우에는 전통적인 산업의 매니지먼트 방식을 사용하면 않된다는 것입니다.

IT 엔지니어들에게는 슬랙이라는 여유, 공백 등을 제공해서 자신들의 업무를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진행하고 변화 할 수 있는 즉, 생각하고 고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업무의 양을 한 사람이 할 수 양을 100으로 봤을 때 60에서 70 정도만 주고 업무에 대한 반응 속도를 끌어올라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저 역시 많이 공감 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예전 부터 생각했던 것 역시 보안 위협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전문 조직에서는 업무의 양을 60에서 70만 가지고 가야 된다는 것 입니다. 그 이유가 10년 동안 업무를 하면서 경험적으로 보안 위협과 침해 사고는 언제 발생할 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2003년 1.25 인터넷 대란의 경우 주말 토요일 오후에 회사에서 호출이 오고 3.4 DDoS 및 7.7 DDoS 공격 모두 주 중 퇴근 시간 이후에 호출이 왔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팀과 부서는 1년 365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상황을 주시해야 됨으로 긴급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항상 나머지 30에서 40의 여력을 남겨두고 업무를 진행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업무와 관련된 정보들이 조직도 상에서 상하로만 움직이게 하지 말고, 좌우로 수평적으로 흘러가도록 만들어 정보에 소외되는 팀원이 있도록 만들어서는 않된다는 이야기들과 함께 지식 노동자의 퇴사는 기업 운영과 비지니스에 대한 가장 큰 리스크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업무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엔지니어와 같은 지식 노동자들에게는 효율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일이 제대로되는 효과성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을 해야 된다고 언급합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중점을 두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 됩니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적인 면에서는 "무엇을 만들 것인지 보다 신중하게 선택하고, 보다 적게 만들어라"라는 문구를 사용합니다. 이 문구를 읽자 마자 떠오르는 기업과 인물이 바로 애플과 스티브 잡스였습니다. 저자 역시 이러한 전략에 가장 적합한 인물과 기업으로 저와 동일하게 생각하더군요. 결국 기업의 핵심 역량을 집중 할 수 있는 제품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희소가치를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또 기업 내의 지식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 평가를 위한 방식으로 MOB(Management by Object)를 따르지 말라는 충고를 합니다. MOB는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들도 많이 적용하는 전년 대비 몇 퍼센트 향상이라는 수치를 목표로 정하고 따르도록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저자가 이 평가 방식을 반대하는 논리로 IT 문화와 기업들은 변화의 상황이 해마다 달라지고 리스크 역시 해마다 달라짐으로 전년도와 동일한 수치 상향 조정을 통한 목표 설정은 효과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저자는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주지는 못 합니다. 처음에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 분야는 IT 엔지니어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경영과 관리라는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슬랙이라는 책 한권을 통해서 매니징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아닌 실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IT 기업에 있어서 관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업무에 대한 여유를 줘야 된다고 책 전반에 걸쳐서 흐르는 저자의 생각에는 많은 공감이 됩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슬랙, 여유라는 것은 업무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도 역시 슬랙이 적용되어야지만 조금 더 행복한 삶은 살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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